
과거에는 마음이 심장에 있다고 생각하던 시절이 있었다. 그리하여 과학자들은 심장을 해부하였지만, 심장에서는 마음과 관련된 부위를 찾아내지 못했다. 그 다음에는 뇌를 해부하였다. 그러나 뇌에서도 마음을 발견하지 못했다. 마음은 뇌에 있는 것이 아니라, 뇌의 전기적 반응인 까닭이다. 이 사실을 과학자들이 알게 된 것은 불과 수십년 전이다.
수십년의 연구동안 과학자들은 비록 걸음마단계이지만, 놀라운 발견들을 했다. 이런 놀라운 발견들은 출판을 통하여 전해지고 있지만, 많은 사람들이 책을 그리 열심히 보지 않은 까닭에 잘 전해지지 않았다. 그런 까닭에 과학의 진보에 비해 대중들이 뇌에 대한 지식들은 20세기 초엽에 과학자들의 것과 그리 다르지 않다. 아직도, 마음이 뇌의 작용이 아니라 영혼의 작용이라고 믿는 사람들이 주변에 있다. 혹은 마음이 뇌의 작용으로 만들어지는 과정이라는 사실을 알지만, 뇌에 대해 잘못 알고 있는 지식을 맞는 것으로 착각하는 경우도 있을 것이다.
<해마>(은행나무, 2003)는 뇌에 대해 잘못 알고 있는 대중들을 위한 책이다. 어려운 용어나 딱딱한 해설서가 아니라, 마음 맞는 사람들과 편안하게 커피 마시면서 이야기하는 형식(대담)이다. 30대 젊은 뇌 전문과학자 이케가야 유지 박사와 50대의 대중적 인터넷 신문 운영자 이토이 시게사토가 만나서 <해마>를 주제로 나눈 대화를 읽어보자.
잠자고 있는 뇌를 깨워라
나이가 들면 건망증이 심해진다는 것은 잘못된 생각이다.
기억을 하기 위해서는 뇌의 여러부위가 관여를 한다. 그 중에서도 좋고 싫음을 판단하는 편도체와 그 정보가 필요한지를 판단하는 해마는 서로 밀접한 관계를 가지고 있다. 편도체의 활동이 활발해지면 해마도 활발하게 움직인다.
뇌는 나이가 든다고 해서 퇴화를 하지 않는다. 뇌를 많이 사용하면 할수록 뇌의 성능은 나이와 상관없이 좋아질 수 있다고 한다. 오히려, 꾸준히 뇌를 발전시킨다면 나이가 들수록 뇌의 성능이 향상된다. 그 향상되는 속도는 2n이다.

나이가 들수록 건망증이 심해진다?
나이가 들수록 건망증이 심해진다는 말은 따라서 잘못된 말이다. 나이가 많은 사람이 기억을 잘 잊는 수도 있는데, 그것은 뇌 기능이 떨어져서가 아니라 워낙 저장된 정보가 많기 때문에 새로운 정보를 꺼내는데 시간이 걸리는 까닭이다. 이것은 치매와는 또 다른 차원의 이야기이다.


보통 사람들의 상식과 달리 사람의 뇌는 서른이 되어서야 머리가 창조적일 수 있다고 한다. 창조력은 다른 사물들과의 연관성을 찾는 능력이 절대적으로 필요한데 이것은 어느 정도 정보가 쌓여야 가능하다. 어린아이의 뇌는 백지와 같아서, 이러한 능력이 절대적으로 부족하지만 나이가 들수록 연결고리를 발견하는 능력이 좋아진다.
사물들과의 연관성을 발견하는 능력은 많은 경험의 축적을 통해서 가능하다. 이것을 이 책에서는 경험메모리라고 한다. 경험 메모리가 많아질수록 해마의 활동이 활발해져서 해마가 기억을 제조하는 능력 또한 활발해진다.
아래의 그림은 '팬필드의 소인간'이라는 작품이다. 인체의 신경세포가 많은 부위를 크게 만든 것인데, 손이 가장 크기가 큼을 알 수 있다. 이 작품에서처럼 손을 이용하여 뇌에 자극을 주면 뇌가 좀 더 활발하게 활동한다. 영어 단어를 암기할 때, 손으로 적어가면서 외우면 암기의 효과가 더 큰 이유가 여기에 있다.

스토퍼를 제거하면 뇌를 성장시킬 수 있다.
사람은 가끔 자신이 유지해 왔던 틀을 깨고 전진해야 무엇인가를 이룰 수 있다. 그러므로 '할 수 없을 것 같다'고 자신의 발목을 붙드는 스토퍼를 떨쳐냄으로써 무의식중에 자신의 능력에 브레이크를 거는 일이 없도록 해야 한다. 특히, 20대에는 자신의 능력보다 더 높은 목표를 세우는 것도 좋다. 자신이 아직까지는 몰랐던 숨겨진 잠재력이 나올 수도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자신이 알고 있는 것보다 더 많이 알고 있는 것처럼 허세를 부려도 좋다. 허세 뒤에 더 많은 것을 알려고자 하는 노력이 있다면 뇌는 좀 더 활발하게 움직일 수 있을 것이다 .

뇌는 지치지 않는다. – 뇌를 최대한 혹사시켜라

우리의 뇌는 지치지 않는다. 잠을 자고 있는 동안에도 뇌는 깨어서 활발하게 움직이고 있다. 오랫동안 한가지 일을 집중해서 하면 피로가 오는데, 그것은 뇌가 피로한 것이 아니라 눈이 피로하거나 다른 신체가 피로함을 느끼는 것이다. 그때는 잠시 몸을 풀어주면서, 몸을 풀어주는 중에도 뇌는 계속 사용하는 것이 효율적이다. 예를 들어 오랜 시간 동안 수학문제를 풀었다면, 가볍게 몸을 풀면서도 방금전에 풀었던 수학문제를 계속 떠올리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앞에서도 이야기했듯이 뇌는 최대한 혹사시켜라. 그렇게 해도 뇌는 결코 지치지 않는다. 오히려, 뇌는 2n의 속도로 향상된다.

기억의 제조공장, 해마

해마는 우리 뇌의 깊숙한 곳에 있다. 지름 1센티미터, 길이 5센티미터 정도의 크기이다. 두더지나 다른 생물들과 비교했을 때, 사람의 해마가 우월적으로 큰 것은 아니다. 두더지의 경우는 해마가 전체 뇌의 절반을 차지한다. 이것은 해마가 덜 중요하다거나 사람의 해마가 열등하다는 이야기가 아니라, 해마가 생명체에게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다.
해마가 없거나 망가지면, 생명체는 기억을 만들 수가 없다. 즉, 해마의 역할은 기억을 만드는 역할이다. 해마가 없다면, 사람은 5분 동안은 기억할 수 있지만 5분이 지나면 기억을 잊어버린다. 영화 <메멘토>는 이러한 해마가 망가진 사람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주인공은 자신의 부인을 살해한 사람을 찾기 위해 자신의 몸에 메모를 하는데, 그 메모가 유용하긴 하지만 매우 불편하다. 즉, 해마가 망가지면 생명체의 생활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는다. 해마의 신경세포는 1천만개 정도 되는데, 이 세포는 노력을 통해서 늘어날 수 있다.
여행은 뇌를 단련시킨다.

아무런 자극 요소가 없는 환경에서 사는 쥐를 자극적인 환경으로 옮기면 해마의 신경세포가 증가하기 시작한다. 반대로 다양한 자극이 있는 환경에서 아무런 자극도 없는 공간으로 옮겨두면 해마의 신경세포가 줄어든다. 해마에게 가장 큰 자극이 되는 것은 공간정보이다. 따라서 여행을 많이 하면 해마에 자극이 되어 해마가 신경세포를 많이 만들어낸다.
머리가 좋아지는 약 <-> 머리가 나빠지는 약
일본 뇌학계에서는 머리가 좋아지는 성분에 대해서 연구한 바 있다. 이 연구는 매우 괄목할 성과를 보였고, 머리가 좋아지는 약을 만들 수 있는 단계까지 갔지만, 인간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알 수가 없어서 더 이상 연구를 하지 않기로 했다. 인간의 뇌가 기억력만 좋아질 경우, 인간의 심성에 어떤 악영향을 미칠 수도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자연계에서도 이러한 물질과 비슷한 물질이 있다고 한다. 이케가야 박사는 은행, 복령, 인삼과 같은 물질을 소개하는데, 특히 인삼을 추천한다. 은행과 복령은 많이 복용해야지 효과가 있는 반면에 인삼은 소량으로도 좋은 효과를 볼 수 있다고 한다.
반대로 감기약, 비염약, 설사약에는 뇌의 기능을 저하시키는 성분이 있다. 대표적인 성분으로 디펜히드라민이나 스코폴라민 같은 성분이 있다. 이 성분은 뇌의 아세틸콜린의 작용을 억제시켜서, 측좌핵의 기능을 떨어뜨린다. 감기약을 먹었을 때 몸에 힘이 빠지는 것 같고, 의욕이 떨어지는 이유도 이러한 성분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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