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유성용이라는 사람은 매우 낯선 사람이다. 유명한 소설가도 아니고, 한비야씨처럼 명성을 가지고 있는 사람도 아니다. 그의 이력은 더욱 눈길을 끈다. 『1971년 전주에서 태어났으나 고향이 없고, 배를 타거나, 북한산과 지리산 자락 등지에서 살았다. 백수의 몸으로 방대한 공해 속을 걷거나 높고 맑은 지구의 변두리를 헤매인다. 다 기울어져 가는 헌 집 고치는 일을 기쁨으로 여기고, 가끔씩 다방에 들러 맹물커피를 마시고 예쁜 레지에게 정답게 팁을 준다. "머리 예쁘게 하고 와라!" 인생은 슬프고 세상의 모든 것은 더함 없이 체험만 같다.』 그의 프로필은 확실히, 실업문제로 골머리를 앓는 한국의 현실에 비춰봤을 때, 매우 이색적이다. 그는 사회에서 요구하는 능력은 가지고 있지 않지만, 성공한 사람이 가지고 있지 않은 자유로움을 가지고 있다. 누가 그의 이력서만 보고 패배자라고 할 수 있을까? 그는 단지, 부러운 사람일 뿐이다.

<여행이란, 마치
다음 생에서가 아니라 이 생에서,
다른 생을 살아보는 일.
모래 폭풍 속의 황량한 자갈밭을 슬픔 없이 걷는다, 책 본문 중에서 >

이 여행서는 마치, 내가 그곳에 있었던 듯한 느낌을 주게 만드는 책이다. 그만큼 몰입도가 강하다. 나는 한번도 가본적이 없는 곳인데, 그의 문장과 사진들을 보면 내가 정말 갔었던 장소를, 오랜 시간이 지나서 다시 추억하는 듯한 느낌이 들 정도로 여정이 생생하게 살아있다.
특히, 사진이 훌륭하다. 그의 출중한 사진실력도 한 몫 했겠지만, 정말 성실하게 사진을 찍었다. 한 장면도 놓치지 않았다.

그가 다녀온 장소는 이 세상의 가장 변두리 지역이다.
중국 윈난성, 티벳, 인도, 스리랑카, 네팔, 파키스탄. 그곳의
풍경들은 선진국의 문명에 비해 촌스러워 보이지만
자연의 힘이 넘쳐나는 곳이다. 그곳의 사람들의 생활은 고달플
것 같지만, 나름대로 여유가 있고 인심이 살아있다. 낯선 이국
여행객들에게 자신의 밥을 나눠주는 공사장 인부들의 모습을
보면서 물질적 문명보다 정신적 문명이 진정한 의미의 풍요를
인간들에게 가져다 준다는 것을 느꼈다.

그런데, 이 책을 읽으면서 의문이 드는 것이 하나 있다. 그는 왜 여행을 떠난 것일까? 어떻게 보면, 우문일 수도 있다. 삼장법사가 고생을 하면서 서역 길을 간 것은, 불법을 전하기 위해서였고, 한비야씨는 자기 꿈이 여행이라서 여행을 갔고, 류시화씨는 책 팔려고 갔는데, 이 책의 저자는 여행의 목적을 잘 모르겠다. 도시가 싫어서? 그런 건 아니다. 우리나라 북한산과 지리산에서 살았다면 물 좋고, 공기 좋은 곳이다. 우리나라가 싫어서? 그럴 수도 있을 것 같다. 하지만 여행의 목적은 그렇게 단순한 것이 아닌 것 같다.


나로서는 도저히 알 수 없지만, 그의 독특한 이력에 비춰볼 때 역마살 같은 것이 아닌가 생각해본다. 도저히, 한 곳에서는 살 수 없는 삶 말이다. 그리고 그의 여행에서는 불교적인 냄새가 물씬 풍긴다. 그는 한번도 종교이야기를 꺼내지 않았지만, 오체투지하는 사람들의 모습을 봤을 때 그 사람들을 바라보는 그의 모습에서 그의 세계관을 짐작 할 수 있었다.
만약에 그의 시선이 연민이었다면 그는 세계관이 서양화된 사람이었을 것이다. 그러나 그는 오체투지하는 사람들을 보고, 마치 그 세계속에서 사는 원주민처럼 그 사람들을 바라보았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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