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BS 장희민 강사(하나고,국어)의 발언이 인터넷을 뜨겁게 달구고 있다. "여자들이 그렇게 힘들게 낳으면 걔네들은 죽이는 거 배우잖아요. 그럼 뭘 잘했다는거죠. 도대체가 뭘 지키겠다는거죠 죽이는 거 배워오면서, 걔네 처음부터 그거 안 배웠으면 세상은 평화로워요" 의 문제의 발언은 싸이월드나 블로그 같은 사적인 공간도 아니고, EBS 강의 도중에 일어난 일이었다. 많은 사람들이 분노하고 있다. 하지만, 그 분노가 이성적인 분노가 아닌 마녀사냥식의 분노로 넘어가는 것은 옳지 않다. 강사의 발언은 사회에서 이성적으로 비판받아야 긍정적인 결과를 가져 올 수 있다. 비이성적 비난은 사회분열만 가져 올 뿐이다.
장강사의 발언은 한국 군대에 대한 오해에서 비롯된 것이다. 우리나라 헌법 5조를 살펴보면, "대한민국은 국제평화의 유지에 노력하고 침략적 전쟁을 부인하다. 국군은 국가의 안전보장과 국토방위의 신성한 의무를 수행함을 사명으로 하며, 그 정치적 중립성은 준수된다."라고 나와있다. 즉, 한국군대의 존재이유는 평화유지에 있다. 한국 군대가 있음으로 해서, 북한을 비롯한 주변국가의 전쟁야욕을 억제하는 효과를 얻는 것이다. 장 강사의 발언은 이러한 국군의 가치를 잘 이해하지 못하는 것에서 나온 것이라 생각된다.
군대에서 살인기술을 가르쳐준다는 발언도 사실과 전혀 다른 이야기이다. 군대에는 모든 장병들에게 특수 무술을 가르쳐줄 수 있는 교관도 없을 뿐더러, 모든 장병들이 그런 기술을 배울만큼 평균적으로 체력이 우수하지 않다. 일반적으로 군대에는 신체검사에서 2급이상 판정 받은 사람이 들어오긴 하지만, 아놀드 슈왈츠제네거처럼 근육질의 남자가 뽑히는 게 아니기 때문이다. 그리고 하루일과를 보면, 삽질, 청소, 보초, 훈련이 전부이다. 총 쏘는 걸 살인기술 배우는 것이라고 한다면, 할말이 없다. 너무 어의가 없어서 할말이 없다. 그렇게 치자면, 총기를 다룰 줄 아는 사람은 모두 살인기술을 가지고 있다는 말이 되고, 미국, 캐나다처럼 총기를 마음대로 다루는 나라의 모든 시민들은 살인기술을 배우는 사람들이라는 말인가? 만약에 그런 논리가 맞다고 한다면, 군대에서도 총기를 엄격하게 다루는 우리나라의 장병들의 경우와 총기를 자유롭게 다루는 서양나라의 일반 시민들 중 어느 누가 더 살인기술자에 가까울까?
또한, 그녀의 발언 중에서 "남자들은 군대 갔다왔다고 좋아하죠? 뭐 자기가 군대 갔다 왔으니까 뭐 해달라고 만날 여자한테 떼쓰잖아요."라는 발언은 지극히 개별적인 사례를 들어서, 국군장병을 비하하는 것이다. 군대에 갔다왔다고 해서, 자랑하는 사람도 물론 있겠지만 자랑하지 않는 사람도 있고, 모든 남자가 여자에게 떼를 쓰는 건 아니다.
그녀의 발언이 나오게 된 남녀 언어에 대한 이야기도 또한 과학적인 근거가 없는 내용이다. 남자는 비표준어, 여자는 표준어라고 설명하는데, 그런 설명은 합리적이지 못하다. 여자 중에도 비표준어를 쓰는 사례는 얼마든지 있으며, 남자중에도 표준어를 주로 쓰는 사례는 얼마든지 있다. 즉, 표준어와 비표준어와 같은 언어 사용의 차이는 남녀의 생물학적인 성별차이라기 보다는 사회적 배경, 부모의 언어습관, 교육수준, 문화환경 등과 같은 차이에서 나오는 것이다.
나의 잘못된 판단일 수도 있겠지만, 그녀의 발언은 대상(남자, 군대, 남성들의 언어)들에 대한 무관심과 무지, 대상을 비하함으로써 자신과 자신이 속한 성이 높아진다는 천박하고 잘못된 생각에서 나온 것이라 생각된다. 남녀의 차이는 단지 생물학적 성의 차이에서 끝나야 하지, 그것으로 사회적 차별을 만들어서는 안될 것이다. 남존여비가 잘못되었다면 여존남비도 잘못된 것이어야 한다. 교육자라는 사람이 사회의 잘못된 관념을 꼬집지 못할 망정, 잘못된 관념을 퍼뜨리고 사회를 혼란에 빠지게 한다면, 교육자로서의 자격이 없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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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필이면, 그 강사가 전교조 출신이라고 한다. 제발, 이번 사건으로 몇몇의 몰지각한 사람 때문에 전교조 전체가 마녀사냥이 되는 일이 없기를 바란다. 한알의 사과를 버리는 건 1초면 충분하지만, 한알의 사과를 열리기 위해서는 수년의 시간이 필요하다. 사과 한알이 썩었다고, 그 사과가 매달린 가지 전체를 잘라버리는 우를 범해서는 안될 것이다.
또한 전교조는 회원 보호에만 매달릴 것이 아니라, 전교조 가입조건을 엄격하게 하여 인격적으로 문제 있는 사람들을 걸러내야 한다.
전교조가 건전한 진보로써 살아남으려면 이번 일을 덮어두려 하지 말고, 쇄신의 기회로 삼았으면 하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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